도서관에서,

수도관 공사로 집에 있을 수가 없어 멀리 대화도서관까지 왔다. 새로 지은 곳이라 시설도 환경도 참 좋다. 다른 도서관에 비해 사람도 덜 붐벼 벅적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내게 딱 알맞다. 사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책은 직접 사서 봐야한다는 주관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도서관을 독서실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느 도서관이든 도서자료실엔 사람이 없고 열람실엔 저마다 '공부'거리를 잔뜩 들고온 사람들이 북적인다. 개인의 지력知力을 키우려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태반은 취업을 위한 '가짜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취업을 위해 각자 필요한 영역을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취업 공부가 대부분 토익·토플 등의 외국어나 공무원 시험 문제를 푸는 따위의 공부라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공부란 말인가. 취업이란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이들이 지금 '공부'하고 있는 책들은, 운이 좋으면 책장 한 켠으로 운이 나쁘면 쓰레기통으로 옮겨지고 말 것을. 만약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땐 또 필요에 따라 책을 사고 또 '공부'를 하겠지.

'공부는 늙어 죽을 때까지 해도 다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지력을 바탕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데엔 끝이 없다는 뜻일 테다. 나를 발전시키는 것엔 소위 스펙spec을 올리는 것도 (광의廣意로는) 공부에 포함되겠지만, 이 속담에서 말하는 공부는 그런 공부가 아닌 것 같다.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나를 좀 더 나답게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공부가 아닐까.

졸업시험 번역 작품을 읽으러 온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우습고 창피하다. 나도 얼른 공부해야겠다. 해야 하니까 하는 공부 말고 나를 키우기 위해 하는 진짜 공부.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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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 2008/08/27 12:45 | murmur│중얼거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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